예... 콩닥콩닥 잉글리시 미팅 후기
영어 스피킹... 다시 해야겠지?
본론부터 말하자면, 미팅 자체는 좀 그저 그랬다.
(내 영어 스피킹이 긴장을 해서 그런지.. 훨씬 더 별로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근데 예상 못 한 게 하나 굴러 들어왔다.
지난 글에서 화면 공유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큰소리를 쳐놨는데, 미팅 하루 전날까지 준비하다가 도저히 30분을 영어로 매끄럽게 끌고 갈 자신이 없었다.
특히 pay-as-you-go 요청 같은 건 뉘앙스가 조금만 어긋나도 완전 다른 얘기가 될 것 같아서 더 그랬다.
그래서 잔머리를 하나 더 굴렸다.
치트키는 역시 이메일
미팅 시작 몇 시간 전에, 궁금한 걸 다 정리해서 담당자한테 메일을 보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이러이러한 솔로 인디 개발자이고, 지금 이 툴을 이렇게 쓰고 있고, 이런 새 앱을 준비 중이다. 오늘 여쭤보고 싶은 건 딱 두 가지였다.
요금제(pay-as-you-go 가 가능한지)랑 라이센스(유저가 결과 파일을 계속 소유해도 되는지).
미리 보내는 건 즉석에서 답을 짜내지 않으셔도 되게 하려는 거다.
명분은 그럴듯했다.
물론 반은 진심이었지만, 반은 내가 즉석에서 저 질문을 영어로 매끄럽게 던질 자신이 없어서였다.
미팅 시작
정각에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고, 은근슬쩍 물어봤다.
“혹시 제가 보낸 메일 보셨어요?”
“아, 아직요. 잠깐만요, 지금 읽어볼게요.”
…
그래서 5분 정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담당자가 화면 아래로 시선을 내리고, 마우스 휠 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냥 웃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보낼 걸 그랬다.
근데 오히려 이게 다행이었다. 메일에 다 정리돼 있으니까 담당자도 명확한 답을 준비해서 얘기해줬고, 나는 이미 텍스트로 익숙한 내용이라 그나마 알아듣기 편했다.
Pay-as-you-go 는 없더라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심플했다.
“그런 플랜은 없어요. 비즈니스가 크든 작든 Annual Studio 가 크레딧당 제일 저렴해요. 근데 당신 케이스면 Annual Pro 가 맞을 것 같아요.”
내가 원한 건 “쓴 만큼만 내기” 였는데, 저쪽이 파는 건 “일단 크레딧을 왕창 사두기” 였다. 볼륨이 아직 안 잡히는 인디한테는 부담스러운 구조.
그래도 뒤이어 붙여준 얘기가 하나 있었다.
“곧 top-up 옵션이 더 다양해질 거예요. 커스텀 금액, 자동 top-up 같은 것들. 이게 사실상 당신이 말한 pay-as-you-go 랑 비슷하게 쓸 수 있을 거예요.”
당장은 없지만 곧 온다는 얘기. 그때까지는 Annual Pro 로 크레딧을 미리 사두고, 다 쓰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는 걸로 정리됐다.
내가 다시 한 번 그럼 Annual Studio가 제일 저렴한 옵션이고, 따로 비즈니스를 위한 플랜은 없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No 였고, Annual Studio가 제일 저렴한 옵션이라고 했다.
원하던 답은 아니었지만, 뭐… 곧 나온다니까 대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라이센스
두 번째 질문은 걱정한 것보다 훨씬 간단히 끝났다.
“유저 컴퓨터로 파일이 넘어가고, 유저가 그걸 계속 소유하는 구조. 문제 없어요.”
라이센스는 잘못 들으면 나중에 진짜 골치 아파지는 부분이라, 이 답을 명확히 받은 것만으로도 사실상 미팅의 절반은 건진 셈이다.
아 씌… 영어 좀 꾸준히 하자…
두 개 답을 받는 사이에도 자잘한 얘기들이 계속 오갔는데, 그때마다 내 영어가 진짜 걸렸다.
분명 스피킹을 이렇게까지 못하지는 않았는데… ㅋㅋㅋ 올해 들어와서 영어를 쓰질 않다가 오랜만에 말하려니까 어순이 뒤죽박죽이 됐다.
단어 하나가 안 떠올라서 3초 정도 멈춘 다음 “uh, you know, the thing that…” 로 얼버무리기도 여러 번.
상대가 짧게 되묻는데 못 알아들어서 “sorry, could you say that again?” 을 두 번인가 물었다.
이게 반복되니까 상대 톤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 이 사람 영어 힘들어하는구나” 를 눈치챈 것이다.
민망은 하다. 그래도 뭐…
내가 어순 뒤죽박죽으로 던져도, 담당자가 알아서 정리해서 되물어주고.
정 안되면 채팅창으로 던지고. 하니까 어떻게든 소통은 했다.
케이스 스터디 제안
가격 얘기가 얼추 정리되고 나서, 내가 지금 굴리고 있는 서비스 얘기를 슬쩍 꺼냈다.
주주 얘기,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Pawside 얘기.
주주와 Pawside 를 설명하는데, 생각보다 관심을 가지길래 좀 놀랐다.
“이거… 우리 케이스 스터디로 써도 될까요?”
엥?
내가 놀란 걸 눈치챘는지 뒤이어 설명을 해줬다. 다른 유저들은 게임을 만드는데 제일 많이 쓰는데 이렇게 사용하는 건 좀.. 특이하다고 했던 거 같다.
저쪽 랜딩 페이지에 케이스 스터디 섹션이 있고, 실제 개발자가 이 툴을 어떻게 써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라고.
주주로 하나 하고, Pawside 나오면 그걸로 또 하나 할 수도 있고.
미팅 끝나고 온 회신 메일에도 그 조건이 다시 정리돼 있었다.
주주로 먼저 하나, Pawside 릴리즈되면 그걸로 또 하나. 내가 준비할 건 개발 과정에서 이 툴을 어떻게 썼는지 정리한 몇 문단이랑, 툴로 생성한 에셋들 (이미지, 애니메이션, 영상). 저쪽에서 그 자료를 받아서 내 인용을 붙여 아티클로 작성해준다는 방식이었다.
가격 협상 하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노출 채널이 하나 굴러 들어왔다.
추가로
미팅 막바지에 담당자가 이런 질문도 던졌다.
“저희 지금 한국어 랜딩 페이지 만들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그냥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인디 게임/앱 시장이 결코 작지 않고, 한국 개발자 유저층이 있다면 한국어 페이지는 있는 게 낫다고.
저 회사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케이스 스터디까지 얹으면 한국 개발자로 노출될 창구가 두 개 생기는 셈이다.
그래서…
가격 협상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방향이 잡혔고, 라이센스는 클리어됐고, 예상하지 못한 케이스 스터디 제안이 하나 더 붙었다.
영어가 좀 부끄럽긴 했지만, 그건 뭐… 다시 공부해야지.. 언어는 안쓰면 잃는다.
미팅 하나에서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일이 조금씩 늘어난다. 사업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지난 글에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건 참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썼었다.
오늘 그 문장이 조금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원하던 답을 다 받은 건 아닌데도, 이상하게 아쉬움보다 다음 스텝이 먼저 보였다.
일단 mvp 상태인 pawside 좀 어케 깔끔하게 다듬고, 케이스 스터디 자료 정리를 좀 해야겠다.
뭐… 어쨌든… 하나 넘겼다. (이게 뭐라고…)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