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들어. 들으라구!!

영어는 무조건 듣고 씹고 맛보세요.

Jun Noh

음… 또 다시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다.

영어랑 친해지자! 라고 선언한 뒤에 따로 Ielts 공부를 시작한 것이 아닌, 다시 유튜브 알고리즘을 온통 영어와 관련된 영상들로 채우는 걸 먼저 시작하고 시골로 운전을 할 때나 혼자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작업할 때 모두 그냥 영어 영상들을 틀어놓고 뇌가 해석을 할 수 있던 없던 듣기만 했다.

(사실 아직 말하기가 잘 안되기도 하고, 독감을 꽤나 쎄게 걸려서 목이 아프기도 해서..)

그러던 와중에 운전을 하다가 아주 흥미로운 영상을 들었다.


영상의 핵심: “들어라, 그러면 영어가 쑥쑥” 이었는데

영상이 하고 싶은 얘기가 결국 이거였다.

리스닝 하나 제대로 하면 영어 전체가 바뀐다.

처음엔 좀 좋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거랑 완전 똑같은 얘기 아닌가 싶어서. “역시 방향은 맞게 잡았구나.” 하고.

…근데 좀 더 들어보니 완전히 맞는 방향은 아니었다.

영상이 말하는 “들어라” 는 내가 하고 있는 “듣기만” 이랑 전혀 다른 얘기였다.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거는 그냥 hearing. 모르는 외국어가 지나가도 들리긴 한다. 영상이 말하는 리스닝은 뇌가 그 소리를 받아서 단어를 가르고 문법을 알아보고 맥락을 붙이는 걸 자연 속도로 한꺼번에 돌리는 거라고 한다.

그 얘기 듣고 좀 조용해졌다. 운전·화장실·작업 중에 틀어놓은 거 중에 진짜 리스닝이었던 건 사실 반도 안 됐다. 나머지는 그냥 소리였고.

영상이 Daniel 이라는 사람 예시를 들었다.

영어를 몇 년 공부했고 단어 수천 개 알고 문법도 아는데,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What have you been up to lately?”

한 문장에 버벅거린, 노영준과 거의 똑같은 사람.

He was preparing his eyes for English while expecting his ears to perform the job.

눈만 훈련시켜 놓고 막상 쓸 땐 귀한테 떠넘기고 있었다는 얘기.

아가가 되어야 한다.

영상이 아이들 언어 습득을 끌어온다.

애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몇 년을 그냥 듣는다. 문법책 안 보고, 단어장 안 돌리고, 그냥 듣는다. 그러다가 뇌가 패턴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소리랑 사물·상황이 연결되고, 그 뒤에야 재생산이 시작된다. 어른도 메커니즘은 같은데, 어른이 공부라는 레이어를 중간에 끼워 넣으면서 과정을 꼬아놓는 거라고 한다.

…근데 나는 이거 한 번 해본 적 있다.

나는 사실 처음 캐나다에 가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낼 때 이런 방식으로 영어를 배웠던 것 같다. 23살의 대학생이 아닌, 3살짜리 영어 유아가 되어서 무작정 듣고 따라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앞 뒤에 나오는 맥락과 문맥으로 유추해보고 안되면 그냥 영어로 구글링했다.

(절대 한글은 보지 않으려고 했다. 일부러 부모님과 통화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영어가 뇌에서 한글로 번역되는 것이 아닌 영어 그대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 때 당시에는 꽤나 의사소통에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토익” 공부를 시작하고 좀 변했다.

어디 위치에 어떤 전치사가 들어가야 하는 지 외우기 시작했고, 다시 내 영어 생각 프로세스에 “한글”이 끼기 시작했다.

몇 달 걸려서 겨우 지워냈던 번역 레이어가, 토익 몇 달 만에 그대로 다시 깔렸다. 그 뒤로 지금까지 쭉 그 상태였고.

영상이 아이 얘기 할 때 유독 생생하게 와닿은 게 그래서다. 나는 저 과정이 실제로 되는 걸 눈으로 봤는데, 그걸 내가 직접 되돌려놨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영상이 준 방법들, 그리고 내 방법

영상이 뒤에 방법 10가지를 쭉 던진다.

트랜스크립트 깔고 듣기, 같은 영상 반복, 매번 들을 때 목표 하나 정하기, 섀도잉, 100% 집중, 적정 난이도 고르기, 뭐 그런 것들. 다 맞는 말인데 10개 다 하는 그림은 당장 안 그려진다. 그 중에 지금 바로 될 거 같은 건 트랜스크립트랑 반복이랑 적정 난이도 세 개 정도.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영상 중엔 한 문장도 안 들리는 수준이 섞여있는데, 그런 건 그냥 소음이니까 플레이리스트 좀 손봐야겠다.

근데 영상이 꽤 밀던 방법 중 하나가 좀 그랬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라는 거.

…이거 좀 오글거리고 싫다. 내 목소리 내가 다시 듣는 거 상상만 해도 아니다. 안 할 거다.

근데 영상이 녹음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알겠다. 들은 걸 그냥 흘려 보내지 말고, 내가 한 번 다시 꺼내서 영어로 뱉는 과정이 있어야 뇌에 박힌다는 것. 녹음은 그 “뱉기” 의 수단일 뿐이지 수단 자체는 뭐든 상관없다.

그래서 Claude Skill 로 짜보려고 한다.

흐름은 대충 — 영상 스크립트 하나 던지면 그 스크립트의 어휘랑 구문을 활용하는 질문을 몇 개 뽑아주고, 내가 영어로 답하면 다듬어주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 제시하고, 그 전체 대화를 그대로 마크다운으로 뽑아서 영어 공부 폴더에 매일 쌓는 거. 녹음 자리를 이게 대신해주지 않을까 싶다.

Skill 로 묶어두면 한 번 짜놓고 계속 돌릴 수 있고, 다 되면 지난번 session-log 때처럼 공개 저장소에도 올려볼 생각이다. (한 일주일만 써보고, 괜찮다면.)

(내가 쓴 영어 문장을 내가 다시 읽는 건 하나도 안 오글거리는 것도 좀 신기하긴 하다.)

1일 1영어, 이제 진짜로 한다

영상 끝에 던지는 프레임이 하나 좋았다.

처음엔 영어가 noise 로 들린다. 그러다 patterns 가 들리고, patterns 가 phrases 가 되고, phrases 가 의미가 된다. 결국 번역하지 않고 그냥 이해하게 된다.

이 흐름을 나는 한 번 가져봤다.

실제로 꿈 속이나, 생각도 영어로 했었던.. 진짜 영어에 몰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저 문장이 꽤 생생하다.

그때 쌓았던 회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을 거라고 믿고 싶기도 하고…

지난 글에서는 “주 1편” 으로 목표를 낮췄었는데, 이번엔 다시 올린다.

1일 1영어. 무조건.

Skill 돌아가기 시작하면 영상 하나 소화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 거고, 결과물이 자동으로 마크다운으로 쌓이니까 “뭘 했는지” 가 가시화된다. 이게 “매일” 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안 되면? 뭐, 그땐 또 “다시 시작한다” 쓰면 되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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